[2ch 번역괴담] 영 좋지 않은 아파트 번역괴담


7년 전 학생 때 일이구만.

대입 후 반 년 정도 살던 싸구려 연립주택이, 알고보니 부동산 쪽 실수로 2중 계약이 돼 있었던 모양.
재판 까지 가가지고, 결국 내가 기한 내에 나가는 게 돼 버렸다.

부동산에선 비싼 과자까지 싸들고 사과하러 와서는, 기한 내에 다른 집을 찾아 주겠다고 하긴 했는데, 운이 나빴는지 타이밍이 구렸는지 마땅한 집이 없는 거.
기한은 다가오고 부동산에서도 꽤 난처했겠지. 진짜 얼마 안 남은 판국에 '암튼 1개월 정도 임시로 지내 주셍' 하면서 내 월세로는 상상도 못할 고오급 아파트를 소개해 주더라고.

한 2,30년? 세운지는 좀 되긴 했지만 방은 두 개에 욕실 화장실도 분리된 좋은 집이었어. 너무 조건이 좋아서 무슨 사연이 있는 집이냐고 물었지만 없다고 하더군.

다만, '밤에는 치안이 좀 그러니까 외출은 되도록 삼가달라' 정도. 야쿠자라도 사는 덴가 싶었지만 뭐 1개월만이고. 영 아니다 싶으면 친구네 신세라도 잠깐 지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야쿠자도 불한당도 없었지만, 좋다가도 좋지 않은 부분이 있었어. 좀 나열해 보자면

 - 들어오고 이틀 후 눈치챈 건데, 내가 사는 층에는 다른 누구도 살고 있지 않음

 -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더니 고양이 소리가 나길래 소화전 같은 데 들어가있나 하고 열어봤지만 고양이 엄뜸

 - 2~3일에 한 번 한밤중에 천장에서 스윽 스윽 질질 끄는 듯한 소리가 남. 윗사람 짓인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내 방 천장 면 쪽에서 나는 소리

 -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아무도 없는데도 강렬한 시선이 느껴짐

 - 아침에 일어났더니, 베란다에 커텐 너머로 정장 차림의 남자가 서 있는 게 보임. 뭐야 하고 열어봤더니 아무도 없음. 베란다로 나가봤더니 구두만 얌전히 놓여 있길래 '엌ㅋㅋ 좆됨' 하면서 밖을 내려다봤지만 누가 뛰어내린 흔적 따윈 없음. 다시 베란다로 시선을 돌렸더니 구두도 사라짐.

 - 이건 좀 여러번 있었던 일인데, 하이힐만 바닥에서 빙글빙글 돌며 걸어다니고 있음. 밤낮 가리지도 않음

 - 가끔 엘리베이터 옆 비상계단에서 미친년 웃는 소리가 남

 - 매 주말 새벽 3시 쯤이면 밖에서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림

 - 방에서 전화 하고 있노라면 혼선이라도 되듯이 신음소리가 섞여 들림


이런 일들이 있고 하니까 1주일 만에 부동산에 전화를 했지.
'즈엉말 죄송합니다. 밤에 나가지만 않으면 피해는 입지 않으실테니 모쪼록 참아 주셨으면' 하는 허튼 소리를 해댐.
뭐 확실히 피해를 입은 적은 없고, 뭐 2~3주만 버티면 되니깐은. 애초 이런 일에는 낙천적인 편이라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만 2번 정도는 진짜로 쫄았던 적이 있다.


밤중에 화장실을 가려는데, 신발장 있는데에 웬 할머니가 앉아 있는 거.
현관문은 오토락이거든....
'저기요' 하고 말을 걸었더니 '할아범 기다리고 있어요. 여기 있지요?' 하고 묻더라고.
없다고 해도, 빙글빙글 웃으면서 바득바득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똥고집을 피우길래 답이 없다 싶어서 경찰을 불러버렸다.

잠시 후 경찰이 와서 노인네를 설득해 밖으로 데리고 나갔는데, 현관문을 닫자마자 엄청난 기세로 문을 두드리며
'할아범을 내놔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러대는 거야.
깜짝 놀라 문을 열어봤더니 그 노인네가 눈을 희게 까뒤집고선 경찰 세 명한테 제압 당해 있더라고. 진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하나 더는, 대략 다른 집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서 짐을 싸던 날. 일요일이라 학교도 안 가고 있었는데, 현관문 바깥쪽에 뭐가 부스럭부스럭.

무어야 하고 나가봤더니, 현관문 앞에 30센치 정도 되는 고루박스가 놓여 있었음. 약간 불안해 하면서 열어보니까 음청 지저분한 목각인형 비슷한 게 들어있고, 인형 뒤켠에는 '행복해지는 인형'이라고 휘갈겨 쓴 글씨가 적혀 있었다.

재수가 없어서 그냥 바깥에 놓아두고 다시 들어와 짐을 싸려니 또 밖에서 부시럭 부시럭. 이번엔 또 뭐냐 하고 나가봤지.
아까 그 상자 위에 종이로 '행복해 지셨나요?'라고 적혀 있더라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인기척은 아무도 없었음.
사실 그 때 즈음에는 이 희한한 아파트에도 적응이 돼가지고 아 또냐 하고 다시 짐을 싸면서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현관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

씹으려고 했는데 꽤 끈질기게 두드려대는지라, 문을 열고 욕이라도 해 줄까 하고 손잡이를 잡으려다 멈췄다.
뭐라고 해야 되나, 문 너머가 기척이 너무 나쁜 거. 온 몸이 술렁술렁 한다고 해야 하나, 암튼 그런 느낌이었어.

문에 달린 렌즈로 바깥을 봤더니 20대 초중반 쯤 돼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좋을 거 같지?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머리는 산발을 해가지고, 양손에는 붕대를 감고 있어도?

어이쿠 하면서 문에서 물러나려고 하는 찰나, 그 녀석이 휙 하고 다가와서는 충혈된 눈을 렌즈에 바짝 들이대고는
"행복해 지셨지요? 행복해졌지요?" 하고 물어보는 거야.
진짜로 놀래 자빠져가지고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한참 멍하니 앉아 있는데, 거진 한시간은 계속 거기 서서 '행복해지셨나요?' 하고 물어댔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고서도 한 시간 정도 후에야 바깥을 내다 봤을 땐 여자도 상자도 사라져 있었다.



그 일이 있고 이틀 후에 다른 집으로 옮길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부동산에다가 그 때 일들을 전부 얘기해 주면서 뭔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지만 그 사람도 잘은 모르는 거 같더라고.
애시당초 그런 이상한 일들이 생긴 거는 불과 2년 전 부터고, 무슨 이상한 소문이 돌거나 자살한 사람이 나온 것도 아님.
기냥 어느 날인가를 기점으로 그런 묘한 일이 빈발하더라는 거야.

그 층에 살던 사람은 전부 반 년도 못 가서 도망치듯 나가버린데다 새로 이사온 사람도 바로바로 다시 나가버려서 지금처럼 돼 버렸다는 모양. 해서 나같이 절박한 처지가 아니고서야 아예 입주자를 받지도 않는다더라.
밤에 나가지 말라고 했던 거는 내 전에 살던 양반이 한밤중에 뭔가를 보고서 도망나오다가 계단에서 굴러가지고 꽤 많이 다쳐서 병원 신세를 져서라나. 그 뭔가가 뭔지는 그 양반 설명이 지리멸렬 의미불명이라 결국 모르겠다고.

2년 전에 다시 그 아파트에 가 봤을 때는 철거하고 주차장이 되어 있더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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