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제일 불쌍


벌써 5~6년도 더 된 거 같다. 집 근처에서 최저시급 받는 아르바이트 따위를 하며 똥찌끄레기 같은 삶을 살던 와중이었음. 무릎팍에서 안철수가 나와 한바탕 간보기 열풍이 불어닥치고 꽤 시간이 지나서였다. 안철수가 기자 회견을 열었고 나같은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하다가 말고 테레비 앞으로 모였다.

나랑 친하게 지내던 과장은 안철수의 정계 진출을 보면서 말했다. 이제 정치판은 다 뒤집히는거야.

당시에는 간철수를 그닥 좋게 보지 않았던 터라 속으로 코웃음을 치기는 했지만, 확실히 임팩트는 있었다. 워낙 유명인사이기도 했고,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인식은 뭐 예나 지금이나 항상 최악을 경신하고 있던지라 새로운 정치 어쩌구 하는 모토는 꽤 먹어줬다.

그런데 당장 무소속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이야기는 금새 누구한테 붙을까에 대한 예측으로 흘러갔다.
우스운 일이었다. 정치에 새바람을 부르니 마니 하던 사람을 지지하던 사람들도, 결국에는 큰 정당이랑 손을 잡지 않고는 아무것도 못 할거라는 걸 인정하고 있었으니까.

결국에는 문재인이랑 붙어먹었고, 그렇게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도 이름을 파는가 했더니, 대선 때는 문재인이랑 드잡이질을 하다가 철수해 버렸다. 민주당, 특히 문빠들이 안철수를 싫어하는 데에는 아마 이게 가장 클 거다. 박원순이 경선에서 문재인이랑 붙네 마네 할 때 보였던 문빠들의 공격성을 되새겨 보면 된다. 왜 씨발아저씨 드립이 루리웹 등지에서 용서가 되는건데...

하여튼 그렇게 한 때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그는 대통령은 고사하고 서울시장조차(?) 박살이 나면서 이젠 정말로 끝장난 정치인이라는 평가만 듣게 되었다. 사실 이번 대선에서 이미 그 소리는 나오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제2야당의 위엄을 이루어 보자는 속내가 있었을 터인데 참.
홍준표야 뭐 대충 울고 싶을 때 뺨따귀 맞은 격이라 쳐도 안철수는 그 혼란스런 와중에 한 자리도 못 건진 꼴이니 더욱 모양새가 나쁘다. 철수더러 시장이 되라던 건 아니다. 하다못해 충청도 산골짜기라도 하나 채웠음 좀 좋아. 어차피 털린 건 자한당이나 마찬가지지만 동률이라도 찍었다면 야권에 다른 바람 정도는 불었을지도 모른다.

안철수가 정계 진출 후 했던 모든 선택이 최악이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혹자는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부려서 입 털던 것과 달리 기존 정치의 이합집산에 매몰된 케이스로 보기도 하고, 혹자는 어차피 이름값이 좀 있을 때에 시간 끌지 않고 단박에 뒤엎는다는 발상 자체는 괜찮았다고 보기도 한다.
박근혜가 그 짝이 나고 한국당이든 민주당이든 뽑을 작자들이 없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나는 결국 안철수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어차피 기대도 안 했고.
어떻게 보면 참 타이밍 나빴던 거지만 애초에 다른 당이랑 붙어먹을 생각 말고 처음부터 우직하게 작으나마 새정치 모토만 밀고 나가면서 조금씩 천천히나마 세를 불렸다면 적어도 지금의 자한당 정도는 이길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뭐 전부 그냥 만약에 일 뿐이지만.

덧글

  • 레이오트 2018/06/14 11:14 # 답글

    안철수는 민주당 들어가고 박원순에게 양보한 시점에서 이미 노답...
  • DD 2018/06/14 11:34 # 삭제 답글

    안철수가 실패한 이유는 아무리 외피를 부풀려도 그 실체는 빈 깡통이기 때문.
    안철수 현상은 철수가 만든 게 아니라, 그에 대해 크게 착각한 사람들의 기대가 만든 것이고, 철수는 거기에 편승한 것 뿐.
    하지만 그에겐 정치 감각도 절실함도 비전도 사람을 끄는 자질도 아무 것도 없었으니 실패할 수밖에 없지.
    아직도 안철수에게 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들이 더 이해가 안 돼.
  • 말초 2018/06/14 18:04 # 답글

    안철수의 패인은, 간단해요 - 이 사람, 대인관계 기술이 빵점입니다。

    윤여준, 박경철, 법륜, 금태섭, 박지원, 천정배 등등。다 안철수를 떠났어요 - 안철수의 마음을 관심법으로 읽어보면

    지금 정치권은 적폐가 가득하고, 자신은 그걸 청산할 소명이 있고, 그래서 정치권에 들어는 갔는데 구 세력의 원조 없이는 혁명에 성공할 수 없고。그렇다구 이방원처럼 쩌는 정치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 정계 은퇴 외에는 선택지가 없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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