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크 3D의 기억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둠을 처음 접한 게 94년인가 95년인가 그랬던 거 같다. 그것도 무려 둠2. 알지? 당시에는 컴가게에서 컴 사면 그런 거 많이 깔아줬다고.
사촌형이 그걸 제대로 즐길 만한 꽤 높은 사양의 쌔끈한 컴(둠은 화면 확대 축소가 가능했는데, 축소하면 게임이 더 잘 돌았다. 사촌형 컴은 거의 풀화면)을 가지고 있었고, 요즘 초딩이 메이플을 즐기듯 우리는 둠을 즐겼다. 물론 아직 덜 발달된 지능의 한계로 깰 수 있는 스테이지는 몇 안 됐지만.

사운드카드라는 건 수수께끼의 오파츠였던 시대라 정말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는 PC스피커로 https://www.youtube.com/watch?v=ZZz7QKJIu88 즐겼음에도 게임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 게임 업계 역사를 통틀어 이보다 큰 영향력을 끼친 게임이 있을까?


그 이후 수없이 많은 아류가 생긴 건 사실인데, 이상하게도 칼이니 마법을 쓰는 게 많았단 말이지. 나름의 차별화였다고 생각하지만 헥센과 헤러틱이 그렇게 큰 인기를 끈 것 같지는 않다. ROTT는 구하기가 힘들었고 의외로 별로 안 유명.

그 와중에 돋보이던 게 바로 듀크 뉴켐! 삘딍 옥상에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독특했던데다, 경찰복 입은 멧돼지가 산탄총을 들고 돌아다니는 것도 기묘했고, 진짜로 웬 비디오가게나 극장 같은 데서 스트립댄서가 튀어나오질 않나. 그리고 마우스로 조준한다는 개념이 없던 때라 PgUp 같은 걸로 위를 올려다보는 것도 신기방기.

당시 꼬맹이들 사이에서는 '돈 주면 여자가 웃통을 깐다'는 걸로 매우 유명했는데,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당시 기준으로도 그렇게 꼴리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 때는 너도나도 노소 불문 동급생과 유작(이사쿠)로 단련돼 있던 놈들이라....
길찾기는 또 오지게 어려워가지고 아마 3탄 이상 간 애들도 몇 없었지?


지금 다시 보노라니, 뭐랄까, 레벨 디자인은 꽤 훌륭한데... 참고로 저 위에 동영상 저거 브루탈 둠 처럼 브루탈 패치한 거니까 그 때하고는 감각이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아두시길.
하여튼 지금 보니까 무기 개수도 얼마 업ㅂ고, 적 종류도 몇 업ㅂ고, 그나마도 돼지랑 기본 외계인은 색놀이라서 사실상 적 종류는 셋에 불과하잖어.

하여튼 파이프폭탄 같은 독특한 기믹 같은 게 눈에 띄고 권총 재장전 등 현대적인 요소가 많이 섞인 게임이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동시대 이런 장르에서 가장 제대로 컨텐츠를 가지고 있던 건 역시 둠 정도였다는 결론.

그래도 꽤 재밌었기 때문에 게임 잡지에서 소개해주던 후속작 듀크 뉴켐 포에버를 많이 기대했지만, 결과물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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